📋 오랜만에 Arrival?
업무 시프트는 크게 도착 편과 출발 편으로 나눠졌는데 도착 편에는 랜딩한 항공기에 브릿지 도킹 후 MAAS(Meet and Assist)로 칭하는 휠체어 손님, 미성년자 손님, 영어 소통이 불가능한 손님들에게 입국 심사 통과와 수하물 찾는 곳까지 안내를 돕는 서비스를 한다.
도착 편 시프트는 보장되는 근무 시간도 길고 일도 상대적으로 편하기 때문에 시니어리티가 높은 순으로 배정이 되었고 신입은 트레이닝 기간을 제외하면 지원해도 받기가 힘든 시프트였다. 혼자 체크인 카운터를 맡아서 일 한지 2주 정도 되어갈 때쯤 오랜만에 도착 편 시프트를 받아 의외라고 생각했더니 그 날 브릿지 도킹을 포함한 게이트 리더 트레이닝을 받게 될 거라는 통보를 받았다.
사실 브릿지 도킹은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후진은 비교적 쉽지만 도킹은 잘못하다 항공기를 박기라도 한다면 기체 손상을 야기할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에 신입이 하게 될 거란 생각조차 하지 않았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내가 조종을 하고 있었다.

📋 Gate leader
게이트 리더는 출국장 밖으로 나가지 않고 바로 환승하는 승객들, 즉 캐나다 내의 다른 도시에서 국내선을 타고 와 밴쿠버에서 국제선으로 환승하는 승객들을 담당하는 것이 주 업무였다. 바깥 카운터와 똑같이 게이트 카운터에서 체크인을 하면 되었다. 문제는 정원이 300명인 비행 편이라 치면 대략 100명은 이러한 인바운드 승객이었는데 이를 짧으면 1시간 안에 혼자서 다 쳐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바깥 카운터에서 체크인을 하다가 일정 시간이 되면 리더가 먼저 들어가 게이트 체크인을 시작하고, 보딩 30분 정도를 남겨두고 그 날의 세컨 게이트가 와서 업무를 돕는다.
나는 딱 하루의 트레이닝 후 붙박이처럼 게이트에 고정으로 배정이 되었다. 환승객이 많은 날에는 화장실도 못 가고 손이 날아갈 정도의 속도로 일해야 겨우 비행기 출발 시간을 맞출 수 있었다. 환승객들이 내 마음처럼 시간의 여유를 두고 오는 것이 오는 것이 아니라 보통은 체크인을 다시 해야 하는지 모르고 라운지나 면세점에 있다가 출발 시간이 임박해서야 게이트 앞으로 오기 때문에 보딩 직전에 숨 넘어가도록 일해야 하는 포지션이었다.
이렇게 게이트에 혼자 있을 때 내가 처음 겪는 돌발 상황이 생기면 바깥 카운터에 있는 매니저한테 전화로 물어볼 수밖에 없는데 바깥도 항상 정신없이 바쁘기 때문에 스스로의 판단으로 상황을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게이트 리더가 캐빈 크루 탑승 시간, 보딩 시작 시간, 마지막 승객 탑승 시간, 항공기 도어 클로즈 시간 등을 모두 기록했어야 하는데 초반에는 이런 것들을 체크할 여유도 없었다.
그럼에도 오래지 않아 일이 익숙해지기 시작했고 종종 환승객이 적기라도 한 날에는 나에게 있어 가장 좋은 포지션이 되었다. 미리 게이트로 넘어가 여유롭게 커피도 마시고, 카고 담당 직원들의 업무도 엿보고, 탑승 대기하는 손님들이나 캐빈 크루들과 자유롭게 수다도 떨 수 있는 유일한 포지션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나에게는 바깥 카운터에서 4시간을 평범하게 일하느냐 게이트에서 1시간을 초집중해서 일하느냐의 차이였다.
게이트 담당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스킬은 손이 빠른 것이었기에 같이 배정되는 합 잘 맞는 선배들과 짧은 시간에 미친 듯이 집중해서 일을 완벽하게 쳐낸 뒤 오는 희열감도 있었다. 가끔 예상치 못한 일들이 일어날 때 도와줄 사람 없이 온전히 혼자 감당해내야 한다는 부담감만 빼고는 일하는 내내 가장 좋아했던 포지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