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소도시 살이: 플랫 구하기

타지에서의 남의 집 살이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한국에서도 기숙사 생활을 포함해 남들과 같이 살아본 경험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해외에서는 집을 구하는 것부터 몇 배의 노력이 든다. 초반에는 정말 아니다 싶어도 이만한 집 없다는 생각에 꾸역꾸역 버티기도 했지만 살다 보면 나만의 기준선이 생겨서 그에 맞는 선택이 가능해진다.

💡 걸어서 출퇴근이 가능한 위치

처음엔 시티에서 거리가 조금 있어도 집이 좋으면 무작정 들어갔다. 버스로 출퇴근을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뉴질랜드 소도시에도 버스는 있다. 버스가 오기는 온다. 다만 자기가 오고 싶을 때.

버스 시간표와 구글 지도만 믿었다가 지각을 두 번이나 한 뒤로 그냥 버스를 타지 않기로 했다. 다들 쓰러져가는 중고차라도 타고 다니는 이유가 있다. 이후로는 무조건 걸어서 출퇴근이 가능한 거리로 집을 구했다.

💡 집 구조와 옵션

플랫을 주는 집들은 보통 남는 방이 2개 정도는 있어서 선택권이 주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같은 집 안에서도 방이 조금이라도 더 넓거나 침대 크기가 더블이거나 한다면 10불에서 20불은 비싸진다.

내가 뉴질랜드를 떠나기 전 마지막까지 가장 오래 살았던 집은 1층의 방과 욕실을 나 혼자 사용하고 2층에 공용 공간과 주인 부부 방이 있는 집이었는데 이러한 구조가 어느 정도의 독립성도 보장되고 내가 필요할 때만 올라가면 되어서 생활하기에 가장 편했다.

내 방 옆에는 게스트룸 용도의 비어있는 방이 하나 더 있었는데 가끔 손님들이 놀러 오면 자고 가거나 한국에서 가족들이 여행 왔을 때 집주인이 이 방을 내어주어 가족들을 재워주기도 했다.

💡 단독 화장실

플랫은 방은 혼자 쓰더라도 화장실은 쉐어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에게는 화장실까지 단독 사용할 수 있는 집이 최우선이었다. 두 명까지는 괜찮다고 보지만 그 이상의 인원이 화장실 하나를 쉐어한다면 매일매일이 전쟁이다.

한번은 단독 화장실에 욕조까지 있는 집이라 비싼 돈을 주고서도 냉큼 들어간 적이 있었다. 데이오프에 모처럼 창문 열고 풍경 보며 거품 목욕을 했는데 그 날 내가 집 전체 온수를 다 끌어다 쓴 모양인지 집주인으로부터 온수가 나오지 않아 찬물로 샤워를 했다며 컴플레인을 받았다.

나중에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뉴질랜드는 난방 요금이 워낙 비싸기 때문에 플랫살이하는 다른 친구들도 눈치 보여 목욕은 상상해 본 적도 없다고 했다. 옵션에 있는 욕조가 사실상 장식용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전혀 개의치 않는 집주인도 있다.

💡 주방 사용

주방 사용은 남의 집 살이에서 가장 힘든 부분이다. 한인 플랫에 살지 않는 이상 라면과 김치를 먹는 것도 힘들다. 하루는 라면을 끓여 먹고 샤워를 한 다음 다시 거실로 나왔는데 냄새가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심했다. 남의 집이라고 생각하니 키위들은 정말 싫어할 냄새 같았다. 이후로는 집에 혼자 있을 때만 라면을 끓여 먹고 열심히 환기를 시켜 놓곤 했다.

식사 시간이 겹치는 것도 편치 않다. 특히 가족 단위인 키위들과 살 때는 괜히 그들의 시간을 방해하는 것 같고 예의상으로라도 본인들의 음식을 쉐어해주는 것 같아 웬만하면 시간이 겹치지 않도록 먹었다. 식사 제공이 포함인 홈스테이도 아닌데 매번 받아먹기가 애매하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또래였던 집주인과 살 때는 쉬는 날마다 같이 요리를 해서 먹기도 하고 홈파티도 자주 즐겼다. 맛있는 간식거리가 있으면 서로 나눠주기도 했는데 특히 한국 믹스커피를 정말 좋아했다. 가끔은 다른 집 홈파티에 같이 가는 재미도 있었다.

💡 하우스메이트

한인 플랫의 주인은 대부분이 부부 또는 아이까지 있는 가족 단위이고 키위 플랫은 커플이나 부부, 혼자 사는 사람도 종종 있다. 같이 일하던 친구들 집에도 자주 놀러 갔는데 거기는 내 또래의 애들 여러 명이 집 전체를 렌트해서 살고 있었다. 영화에나 나올법한 전망 좋은 대저택에 내 또래 8명까지 모여 사는 집도 봤는데 하루하루가 파티처럼 재미있을 것 같았다.

한번은 정말 외진 곳에 있는 있는 집을 보러 간 적도 있는데 남자들만 살고 있고 대마 냄새도 심해 여기서는 내가 묻혀도 아무도 모르겠다 싶어 재빨리 도망쳐 나온 적이 있다. 간혹 남자 혼자 사는 집인데 여성 입주자만 구한다는 포스팅도 올라온다.

뉴질랜드는 백패커스 도미토리 룸도 거의 다 혼성이고 커플이 아닌데 룸을 쉐어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남녀가 하우스를 쉐어하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뭐가 되었든 함께 일상을 사는 하우스메이트가 다른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고려 대상이다.

📝뉴질랜드 소도시 살이: 카페 일자리 구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