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지상직 #3: 한 달 만에 시작된 항공사 트레이닝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정확히 한 달을 채우고 나니 신입이 아니라 다른 항공사에서 2명을 차출하여 인원 충원을 했고, 그렇게 4명이 모이자 드디어 항공사 트레이닝 일정이 잡혔다. 공항 내에 이런 공간도 있구나 싶었던 마치 대학교 강의실 같은 방에서 하루 6시간씩 5일 간의 트레이닝이 시작되었다.

📋 항공사 트레이닝

먼저 항공사 자체 클래스 및 항공사가 소속된 항공 동맹(스타얼라이언스) 클래스별 제공사항, 주요 취항지에 대한 국적별 입국 조건과 필요 비자, 주요 운항 기종과 기종별 주의 사항, 수하물 규정과 업차지 등에 대해 배웠다. 대부분이 정확히 문서화되어 있는 규정이어서 딱히 이해를 한다기보다는 빠르게 암기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지금 와서 보면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당시 체감하기로는 분량이 어마어마했고 한국어로 해도 머리가 터질 것 같은데 과연 내가 이 모든 것을 영어로 패스하고 실전에서 일을 할 수 있을까 싶었다.

다음으로는 체크인 시스템 사용법을 배웠다. 아마데우스 시스템을 사용하는 항공사였는데 아직도 몇몇 중국 항공사들은 프론트 디자인 자체가 없고 블랙 화면에 코드 집어 넣어서 좌석을 짜는 것 같은 그런 끔찍한 시스템을 사용하기도 한다. 기본적인 시스템 사용법에 더불어 전 세계 공통으로 사용하는 표기법과 약자들, 수하물 작업자들과 캐빈 크루들을 배려하기 위해 주의해야 할 사항들에 대해서도 배웠다.

회사 전체 트레이닝 때보다 훨씬 빡세게 공부했다. 그때는 점수가 미달되는 사람이 있어도 재시험의 기회를 주고 어떻게든 다같이 통과할 수 있게 해주는 분위기였다면 항공사 트레이닝에서 배우는 것들은 실제로 내가 정확히 숙지하고 있어야만 일을 할 수 있기도 했고 테스트에서 점수 미달이면 가차 없이 탈락이었다. 당시 밴쿠버 취항 항공사 중 모든 에이전트가 인정하는 가장 엄격한 항공사로 손에 꼽혔기 때문에 더 긴장하고 열심히 했다.

트레이닝 마지막 날 테스트를 보았고 결과는 4명 모두 합격이었다. 마지막으로 트레이너가 해준 말 중 하나 기억에 남는 것은 우리는 무례한 손님에게까지 친절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정당한 컴플레인에는 응당 그에 맞는 태도를 보여야겠지만 그들이 무턱대고 bitch라면 너희가 더 한 bitch가 되라고 했다. 물론 농담이 섞인 발언이었겠지만 한국 항공사였으면 과연 트레이닝에서 들을 수 있을 말일까 싶어 재밌기도 했고 서비스직 경력자로서 속이 시원하기도 했다. 이제 아마데우스에 내 계정이 생성되었고 체크인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4 중요한 건 따로 있는 체크인 업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