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서를 제출한 후로는 내가 출근하는 날마다 모두가 모여 내 항공권을 알아봐 주었다. 각 나라 규정에 빠싹했던 우리는 “몇 월 며칠 이전에 여기 경유하면 한국 가는 거 가능하겠다”라며 모두가 나를 무사히 한국 돌려보내기에 열중했다. 국가별 소식을 가장 먼저 접하는 매니저들은 업데이트가 있을 때마다 실시간으로 메세지를 보내 알려주기도 했다.
그만 두는 주에는 마음이 정말 싱숭생숭했다. 개인적으로 먼저 추천서를 써주겠다고 한 항공사 분들이 셋이나 있었다. 회사에 추천서를 요청해볼까도 했었는데 조업사가 아닌 항공사 오피셜로 추천서를 받을 수 있게 되어 필요가 없어졌다. 감사했고 이제껏 열심히 한 것을 인정받는 기분이었다.
마지막 출근 날에는 항공사 측에서 공식 굿즈들을 챙겨주었고 동료들에게 개인적인 선물과 편지들을 받았다. 사적으로 친하게 지냈던 동료들과는 출국 전에 얼굴을 따로 볼 것이었지만 업무 외적으로 연락하지 않던 동료들도 빠짐없이 개인 메세지가 와서 작별 인사를 해주었다. 너의 미래를 응원하며 넌 앞으로 뭘 해도 잘 할 거라는 말들을 해주었다.
매일 퇴근을 같이 하던 선배가 이제껏 에이전트 한 명이 그만둔다고 이런 적은 없다며 “See, how popular and special you were. Everyone here likes you.”라고 웃으면서 말해주었는데 돌아보니 항상 부족했던 나를 예뻐해주는 사람들 사이에서 매일 사랑만 받고 일한 것 같았다.
출국을 앞둔 주에는 같이 맛있는 것들을 먹으러 다니고 집에 초대 받아 식사도 하면서 아쉽지만 감사한 마무리를 했다. 다들 매일 오는 공항 지겨울 텐데 나를 바래다 준다고 공항까지 나와주었다. 그래도 나름 공항에서 일했다고 동료들 덕에 재량껏 받을 수 있는 모든 업그레이드도 받았다. 마지막에 출국장 안에 들어가서 혼자 있을 때 열어보라고 받은 편지가 있었는데 면세점에서 사고 싶은 것을 사라는 말과 함께 큰 금액의 돈이 들어있어서 깜짝 놀랐다.
뉴질랜드 워홀을 끝내고 한국 돌아오는 비행기를 탈 때는 슬픈 감정이 주체가 안 됐던 것 같은데 한 번 겪어봐서 그런지, 그새 나이가 든 건지, 아니면 코로나로 예상치 못한 급한 마무리가 되어서 그런지 너무도 덤덤하고 별 감정이 들지 않았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고 나면 여행으로라도 꼭 다시 올 생각이었기에 다들 곧 다시 볼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인 듯도 했다. 처음 공항에 내리던 날처럼 밴쿠버는 마지막 날씨도 최고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