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워홀 비자로 밴쿠버 공항 지상직 취업하기

캐나다 워홀 비자로 밴쿠버 국제공항에서 지상직(체크인 에이전트)으로 1년간 근무했다. 뉴질랜드에서의 워홀을 끝내고 한국에 아주 잠깐 들린 뒤 곧바로 캐나다로 갔었다. 영어 실력도 어느 정도 늘었고 해외에서 살아남으려면 조금 더 적극적인 성격이 되는 것이 좋다는 것을 깨달은 시점에서 시작했던 일이다. 이 글을 필두로 하여 지원하게 된 계기와 면접부터 가혹했던(?) 트레이닝, 일하면서 있었던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까지 몇 편에 나눠 경험담을 풀어볼 예정.

밴쿠버 공항 지상직 취업하기

다시 백수

뉴질랜드 워홀 초반에 일을 너무 일찍 시작해서 여유가 없었던 것을 생각하면서 천천히 적응할 시간을 가지고 일을 구했다. 초반 한 달은 이상한 회사에서 오피스잡을 하면서 낭비했다. 사실 ‘회사’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뭣한 그냥 어떠한 집단에 가까웠지만. 구구절절 말하자면 길지만 나는 이 때의 경험을 통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을 때는 버틴다는 생각이 아니라 내 감을 믿고 과감히 그만둘 줄도 알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버텨내고 나면 성장이 기다리는 것과 스스로를 갉아먹으면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다르니까.

어쨌든 한 달 만에 다시 백수가 된 나는 다시 구직 활동을 시작했다. 오피스잡까지는 아니더라도 캐셔나 서버 직종을 제외한 다른 일을 해보고 싶었는데 1년 짜리 워홀 비자의 나에게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잡페어 같은 곳도 가보았는데 해외에서 열리는 현지 박람회는 어떨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한 내가 절실하게 준비해 온 사람들 사이에서 눈에 띌 리가 없었다.

나는 현지인들 사이에서 나만이 가질 수 있는 경쟁력이 무엇일까를 고민해보았고 생각보다 그 답은 간단했다. 한국어를 할 줄 안다는 것. Korean speaker라는 것이 조금이라도 경쟁력이 될 수 있을 만한 잡(한인 잡 제외)을 서치했고 밴쿠버 국제공항의 지상조업사에 지원하여 인터뷰 인비를 받았다.

Interview day

뭔가 설레는 긴장감이 있으면서도 내가 무슨 수로 영어 그룹 면접을 이겨내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들고 온 몇 안되는 옷들을 뒤져서 최대한 깔끔하면서도 조금 튀게 입고 면접을 갔다. 이 날 날씨가 진짜 좋았다.

공항은 비행기 타러만 와봤지 항공사나 조업사 사무실들이 어디에 위치했는지는 생각도 해 본 적이 없었다. 텍스트로만 받은 면접 장소를 찾는 것이 어려워 인포데스크와 여기저기에 물어서 도착했다. 먼저 와서 대기 중인 면접자가 한 명 있었고 조금 지나자 면접자들이 몇 명 더 들어왔다. 이런저런 소소한 대화로 긴장을 풀면서 대기했다.

시간이 지나자 면접관이 들어와서 옆 회의실로 안내했다. 면접관은 두 명, 면접자는 대여섯명 정도. 타원형 테이블에 다같이 둘러 앉아서 한 명 씩 자기소개부터 시작했고 각자 이력서를 베이스로 질문 한두개씩을 받았다. 한 바퀴가 돌고 난 후에는 랜덤으로 각자에게 추가 질문을 했다. 이 때는 인상에 남는 사람 위주로 질문이 돌아가는 듯 했다.

나는 처음부터 많이 떨기도 하고 버벅거렸다. 몇 개 받은 추가 질문에 어떻게든 끝까지 대답은 했다만 면접장을 나오는 순간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싶을 정도로 내 대답은 형편없고 영어도 엉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외에서 이런 그룹 면접 기회를 가져본 것 만으로 좋은 경험이지하고 체념했으며 이번 면접에서 다른 지원자들의 대답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고 생각했다. 임팩트가 강했던 아래 대답은 아직도 기억이 난다.

Q. 체크인 에이전트로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A. 안전이다. 승객들의 안전 뿐만 아니라 우리들의 안전도.

면접이 끝나고 같은 그룹 면접자들과 이런저런 수다를 떨면서 나왔다. 대부분이 캐내디언이거나 최소 영주권자. 이렇게 얘기를 들으니 가뜩이나 비자로 지적을 받은 내가 합격할 가능성은 더더욱 없어 보였다. 뭐 면접 경험 자체만으로도 좋았고 스카이트레인을 타고 돌아가는 길 밖 풍경과 상쾌한 가을 공기 때문에 기분은 좋았다.

I got hired!

그러고 나서 며칠 지나지 않아 2차 인터뷰에 와줄 수 있냐는 전화를 받았다. 일시를 잡고 이것저것 지참 해야 할 서류들의 목록을 받아적었다. 기쁨도 잠시, 생각지도 못했던 2차 인터뷰라는 말에 산 넘어 산인 기분이었지만 주위에서 서류를 지참하라는 2차 인터뷰이면 사실상 합격 수순일 것이라고 했다.

그 말대로 당일에 가보니 회사에 조인하기 위한 페이퍼 워크를 위한 미팅에 가까웠다. 공항에서 일하는 것이다보니 아무래도 시큐리티 관련으로 해야할 일들이 많았고 이래저래 절차가 복잡했다. 대략 한 시간 정도 걸린 미팅을 마치고 트레이닝 일정 안내를 받았다. 약 일주일 간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빡빡하게 이어지는 스케줄이었다.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 그냥 너무 기쁘고 감사했다. 진짜 잘할게요!하는 희망찬 햇병아리의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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