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지상직 #2: 트레이닝과 끝없는 기다림의 연속

전 세계 수많은 항공사들이 취항지마다 자체적으로 인력을 고용하여 비행을 운영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베이스 공항을 제외하고는 최소한의 인력 만을 두고 지상조업사에 전반적인 업무를 일임한다. 간혹 전체 인력을 자체적으로 고용하는 항공사들도 있긴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항공사들이 지상조업사와 계약 관계에 있다.

내가 일하게 된 지상조업사는 입사 후 회사 차원에서 진행하는 일주일 간의 전체 트레이닝을 패스하고 나면 회사와 계약 관계에 있는 항공사들 중 한 항공사를 배정해주었고, 그 이후 각 항공사에서 진행하는 항공사 자체 규정 및 시스템과 관련된 실무 트레이닝이 이어졌다.

📋 전체 트레이닝

한국의 고등학생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빡빡한 스케줄이었다. 회사 트레이닝 건물은 공항 건물과 트레인으로 한 정거장 떨어진 정비동 구역에 있었다. 일주일 동안 아침 7시부터 저녁 5시까지 수업을 듣고 테스트를 보고, 다시 수업을 듣고 테스트를 보는 것을 무한 반복했다. 각 시험마다 정해져 있는 커트라인을 넘겨야 통과를 할 수 있었는데 실질적인 업무에 관한 트레이닝이라기보다는 공항에서 일하면서 알아야 할 전반적인 배경 지식에 관한 공부에 가까웠다. 항공법과 역사를 비롯해 주로 안전 규정과 관련된 것들을 배웠다.

일주일 간의 트레이닝이 후반부로 흘러갈 때쯤에는 스케줄 비딩하는 법을 배웠고 유니폼 수령 후 노동 조합에 등록도 했으며 실제로 선배들이 일하고 있는 현장을 보러 가기도 했다. 공항 내에서 알고 있어야 할 시설들의 위치 확인과 라커룸에 있는 출퇴근 팜인아웃 기계에 지문 등록도 마쳤다.

마지막 날 파이널 테스트를 치른 뒤에는 각자 일하게 될 항공사를 배정받았다. 이 회사는 모든 우선 순위가 시니어리티(입사 순)로 결정되고, 동시에 입사한 우리 안에서도 시니어리티를 정해야 했기 때문에 제비뽑기를 했다. 나는 앞에서 3번째 정도였는데 이 순서 하나 차이가 앞으로 정말 큰 역할을 한다. 어쨌거나 가장 막내인 우리에게 주어지는 근무 타임은 야간 또는 이른 새벽이 대부분이었다. 3교대 스케줄이나 다름 없는 LCC 항공사의 비정규 항공편만 피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근무 타임이 고정인 항공사로 배정을 받게 되었다.

📋 한 달 동안의 기다림

전체 트레이닝이 끝난 당일에 바로 항공사 트레이닝을 시작한 친구들도 있었는데 내가 배정 받은 항공사에서는 따로 연락이 없었다. HR 부서에서 정해준 첫 출근 날 공지 받은 체크인 카운터로 갔더니 카운터가 텅텅 비어있었다. 시간이 지나도 아무도 오질 않아 무작정 공항 견학 때 알아두었던 회사 사무실로 갔다. 매니저로 보이는 사람들이 저녁을 먹고 있었는데 새로 출근하게 된 에이전트라며 배정 받은 항공사를 말해주었더니 본인을 따라오라고 했다.

매니저를 따라 인적 하나 없는 미로 같은 길을 지나 항공사 사무실에 도착했는데 문을 열고 들어가니 갑자기 다른 세상에 들어온 것처럼 사무실의 모두가 정신없이 분주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매니저가 잠깐 모두를 주목시켜 내 소개를 해주었고 다들 돌아가며 간단한 환영 인사와 함께 본인들의 이름을 빠르게 말해주었다.

짧은 브리핑을 마친 후 업무 카트를 끌고 다같이 체크인 카운터로 내려갔다. 나의 첫 업무는 웨이팅 라인을 지키고 서서 클래스별 체크인 카운터로 승객을 안내해주면 되는 것이었다. 어느 정도 체크인이 끝나갈 때쯤에는 보딩 게이트로 넘어가서 대기 중인 승객들 사이를 돌며 부피가 크거나 무거워 보이는 기내 수하물을 찾아내 위탁 수하물로 체크인하게끔 유도하는 일을 했다. (이것은 만석에 가까울수록 캐빈에 수하물 실을 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인데 그러다 보니 이 과정에서 승객들에게 안 좋은 소리도 많이 듣곤 했다.) 마지막으로 보딩 시간이 되면 휠체어 승객이나 유아 동반 승객 먼저 탑승시킨 후 일반 승객들의 여권과 탑승권을 확인하고 보딩을 진행하면 되었다.

당황스럽게도 나는 정확히 한 달 동안 이 일을 반복했다. 체크인 에이전트 포지션으로 입사한 것인데 도대체 체크인은 언제 시작하는 것인지, 트레이닝을 시켜주기는 하는 건지 의문스러웠다. 보딩 게이트 업무는 그나마 나았지만 웨이팅 라인을 지키고 서서 앵무새 같은 말만 몇 시간 동안 반복하는 건 정말 끔찍했다. 이 시간을 버티는 동안 친해지게 된 선배들은 아직 트레이닝을 시작할 신입 인원이 모이지 않아 기다리는 중이라는 말을 해주었다. 나와 내 입사 동기 한 명은 우리 항공사에 배정된 신입 4~5명이 채워질 때까지 한없이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3 한 달 만에 시작된 항공사 트레이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