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워홀러로 사는 동안 틈만 났다 하면 여기저기 구석구석 정말 열심히 돌아다녔음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는 끊임없이 새로운 스팟을 발견하게 되는 곳입니다. 한국에 알려진 정보가 거의 없는 로컬들만이 아는 플레이스도 많고 정말 상상도 못한 곳에 말도 안되는 풍경이 숨어있기도 합니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매 휴일마다 쉬지 않고 돌아다녔지만 아직도 갈 곳이 한참 남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몇 번이고 다시 가도 좋을 나라입니다. 이 글에서는 뉴질랜드 여행자의 입장에서 알고 있으면 좋을만한 여행 팁을 정리해드립니다.
뉴질랜드 여행 팁
1. 여행 시기
남반구에 위치한 뉴질랜드의 계절은 한국과 정반대입니다. 그렇기에 11월부터 2월까지가 여름이라 볼 수 있습니다.
수상 액티비티를 비롯하여 물에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으시다면 여행 시기로 11월 말에서 12월 초를 가장 추천 드립니다. 12월 말부터는 뉴질랜드 전체가 홀리데이 기간이기 때문에 모든 요금이 치솟기도 하고 그렇다고 1월이 지나버리면 특히나 남쪽 지역은 물에 들어가기엔 추울 수 있습니다. 물론 뉴질랜드는 한여름에도 일교차가 심한 편이므로 겉옷이 필수입니다.
뉴질랜드의 여름은 온도가 높아도 습하지 않기 때문에 하루 종일 돌아다녀도 큰 불편함이 없습니다. 사방이 바다이고 호수인 뉴질랜드에 있다 보면 여기저기 뛰어들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뉴질랜드의 자연을 진정으로 즐기기 위해서는 날씨가 도와줘야 합니다. 여름을 제외하고는 비가 오거나 흐린 날이 많습니다. 또한 액티비티의 천국으로도 알려진 뉴질랜드의 여름은 (스키를 제외한) 선택할 수 있는 액티비티의 폭도 늘어납니다.
2. 항공권
한국에서 뉴질랜드로 가는 직항편 취항지는 현재 북섬의 오클랜드가 유일합니다. 남섬으로 바로 가기 위해서는 오클랜드에서 국내선으로 환승하거나 호주 등을 경유하는 항공편을 이용하여야 합니다.
만약 여행 일정이 1-2주 정도로 짧다면 과감히 남섬에만 선택과 집중을 하시길 추천 드립니다. 북섬과 남섬의 매력은 너무나 달라서 둘 다 일정에 넣을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뉴질랜드는 유명 스팟들만 찍고 지나가는 식으로 즐길 수 있는 나라가 아닙니다. 그렇기에 2주 미만의 일정이라면 둘 중 하나만 고르는 게 맞다고 봅니다. 사실 저는 북섬에 거주했던 사람으로서 북섬만이 주는 아늑한 분위기를 훨씬 사랑하지만 여행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남섬의 대자연은 가히 차원이 다른 정도입니다.
3. 액티비티
뉴질랜드는 수영, 자연 온천, 낚시 등 자연에서 즐길 거리가 너무나 많지만 여기에서는 뉴질랜드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스릴 넘치는 액티비티 위주로 소개를 드리겠습니다.
3-1. 스카이다이빙
뉴질랜드에서 꼭 경험해보길 추천하는 액티비티 1순위는 스카이다이빙입니다. 북섬의 대표적인 스카이다이빙 장소로는 타우포, 남섬에는 퀸스타운이 있습니다. 스카이다이빙은 내가 하고 싶을 때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액티비티가 아닙니다. 아무리 날씨가 맑고 쾌청해보이더라도 당일 오전까지 기상 상황을 지켜보다가 다이빙 가능 여부 및 시간이 확정됩니다. 해당 지역에 머무르는 동안 기회가 된다면 무조건 도전하시기 바랍니다. 날씨 때문에 실패한다면 다음 날 또 도전하세요.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을 알게 될 것입니다.
3-2. 래프팅
우리나라의 중고등학교 여름 수련회 같은 곳에서 하는 래프팅을 상상하셨다면 큰 오산입니다. 산 속을 굽이굽이 따라 흐르는 급류를 타고 나아가면서 극강의 스릴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보트를 타고 7m가 넘는 폭포에서 떨어지기도 하고, 좁은 길에서는 보트에서 내려 맨 몸으로 다이빙을 해야 하기도 합니다.
보트 당 6인 정도가 탑승하기 때문에 인원 수를 맞춰서 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1-2인의 경우에도 현장에서 배정해주는대로 다른 팀과 조인하여 탑승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북섬의 로토루아에 위치합니다.
3-3. 번지점프
세계 최초의 번지점프장이 뉴질랜드에 있습니다. 남섬 퀸스타운에 위치한 카와라우 번지점프장으로, 43m의 높이에서 에메랄드 물빛으로 뛰어드는 느낌을 만끽할 수 있는 곳입니다. 실내 대기실에서 실시간으로 점프하는 영상을 생중계 해주기도 하고 직접 다리 위로 가서 구경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북섬에서 번지점프장을 찾는다면 47m 높이의 타우포 번지점프장이 있습니다. 2001년에 개봉한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의 배경이 되었던 곳입니다. 여기서 번지를 한다면 참고하셔야 할 것은 점프 후 머리가 물에 담겼다가 올라올 수도 있습니다.
북섬 대도시 오클랜드의 랜드마크인 스카이시티 타워에서는 도심 속으로의 점프도 가능합니다. 타워의 192m 높이에서 뛰어내리게 되는데 지상 랜딩존까지 연결된 와이어를 타고 시속 85km의 속도로 내려오는 것이라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번지처럼 자유 낙하는 아닙니다. 타워 안의 전망대에서는 사람들이 휙휙 떨어지는 것을 눈 앞에서 목격할 수 있기도 합니다.
3-4. 네비스 스윙/번지
네비스 스윙은 134m 높이의 절벽에서 떨어지는 그네로 남섬의 퀸스타운에 위치해있습니다. SBS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과 ‘BTS 본보야지 시즌 4’에 등장하면서 한국에서도 많이 유명해진 곳입니다. 특수 차량을 타고 험하고 좁은 도로를 끊임없이 올라가다보면 베이스 캠프에 도착하게 되는데요. 옷을 갈아입고 장비를 착용한 뒤 공중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점프대로 이동하는 것부터가 스릴이 넘칩니다.
네비스 스윙의 자유 낙하 시간은 무려 8초입니다. 자유 낙하 8초란 다 떨어진 줄 알고 눈을 떴을 때 아직도 떨어지고 있는 것을 경험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안전 요원들이 출발 전 그네에 앉아 공포에 떨고 있는 사람들을 엄청나게 놀리다 불시에 떨어뜨리기 때문에 이를 다같이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곳에서 번지점프도 할 수 있습니다.
4. 운전
뉴질랜드 여행에서 렌트카는 필수입니다. 뚜벅이 여행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매우 비효율적인 일정을 감수해야 하고 놓쳐서는 안되는 스팟들에 접근조차 할 수 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뉴질랜드는 우리나라와 반대로 차량은 오른쪽 운전석, 도로는 좌측 통행입니다. 이것 때문에 걱정하는 분들이 많은데 ‘좌회전은 작게, 우회전은 크게’, ‘회전교차로에서는 오른쪽 차량이 우선순위’라는 것만 기억하면 됩니다. 주유소는 모두 셀프이고 주유 기계에서 바로 결제를 하는 방식, 주유를 마친 후 매장에 들어가서 결제를 하는 방식 두 가지로 나뉩니다. (참고로 주유소 매장의 커피가 매우 맛있습니다.)
뉴질랜드의 도로는 자연을 우선시하여 길을 냈기 때문에 구불구불하고 경사진 구간이 많고 중간 중간 길이 닦여 있지 않아 흙길을 달려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길에는 가로등도 없어 자동차 헤드라이트에만 의지하여 달려야 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에 웬만하면 낮에 이동하는 것이 좋습니다. 낮에 이동 시 해가 정면으로 안면을 강타하는 구간이 많기 때문에 선글라스는 필수입니다. 또한 차선이 하나 밖에 없는 도로가 많아 중앙선을 넘어 추월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뒷차가 딱 붙어 온다 싶으면 갓길에서 센스껏 비켜주거나 앞차가 너무 느리게 간다 싶으면 내가 추월해서 가야 합니다.
5. 음식
뉴질랜드는 영국과 비슷하게 특유의 전통 음식이나 맛있는 음식을 찾기 힘듭니다. 외식 물가도 비싸고 가격 대비 맛이 있는 편도 아닙니다. 하지만 한식을 포함한 다양한 세계 음식점이 많아서 그때그때 먹고 싶은 메뉴를 찾아 먹기 수월한 편이며 지역마다 드물게 있는 정말 유명한 맛집(수제 버거, 피시 앤 칩스 등)들은 시도해 볼 만 합니다. 참고로 뉴질랜드 식당에서 팁 문화는 없습니다.
마트에서 구입하는 식자재는 저렴한 편입니다. 소고기와 양고기가 워낙 저렴하고 연어와 초록 홍합과 같은 뉴질랜드 특산물도 싸고 맛있습니다. 이 모든 것을 Pak’n Save와 같은 마트에서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요리가 가능한 숙소 위주로 예약하여 하루에 한 끼 정도는 장을 봐서 직접 해 먹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생각보다 한인 마트도 많습니다.
뉴질랜드의 커피는 정말 맛있습니다. 커피에 자부심이 있는 나라인 만큼 아무 카페나 들어가도 평균 이상은 합니다. 다만 한여름에도 따뜻한 커피를 마시는 게 보편적인 나라인지라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같은 커피를 찾는 것은 힘들 수도 있습니다. ‘아이스 커피’를 시키면 보통의 카페에서는 우유와 초코, 아이스크림 등이 믹스된 달달한 커피가 나올 것입니다. 디저트도 정말 맛있습니다. 뉴질랜드 카페에서 공통적으로 판매하는 디저트들이 있으므로 1일 1카페를 하면서 한 번씩 다양하게 맛보기를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