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워홀 – 타우랑가 집 구하기

뉴질랜드 워홀 비자로 타우랑가에서 살았던 1년 동안 뷰잉 다닌 집을 다 합치면 15-20곳 정도 되는 듯 하다.
집주인 또는 렌트한 사람이 방 하나 빌려주는 집, 집주인은 위층에 살고 출입구까지 완전히 분리된 스튜디오 형식의 집, 1층짜리 단독주택 전체를 렌트하는 집 등 다양한 유형을 보았다.
몇 년 전 시세이긴 하겠지만 내가 생각했던 예산은 주당 180불에서 최대 280불이었으며 집의 컨디션에 맞춰서 조정했다. 내가 고려했던 사항들은 다음과 같다.

뉴질랜드 워홀 집 구하기

1. 걸어서 출퇴근이 가능한 위치

처음엔 시티에서 조금 거리가 있어도 집이 좋으면 무작정 들어갔다. 버스로 출퇴근을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타우랑가도 버스가 있다. 버스 시간도 정해져 있고 구글 맵에 버스의 실시간 위치와 도착 예정 시간도 뜬다.
버스가 오긴 온다. 다만 언젠가 자기가 오고 싶을 때.

출근 준비를 하면서 버스 시간을 조회한다. → 미리 여유 있게 나가서 기다린다. → 이제 한 정거장 전이라고 뜬다. → 꼼짝 않고 서서 10분이 지났는데 안 온다. → 구글 맵을 새로고침 해보면 버스가 이미 지나갔다고 뜬다. ????

버스 시간표와 구글 맵만 믿었다가 지각을 두 번이나 한 뒤로 그냥 버스를 타지 않기로 했다. 다들 쓰러져가는 중고차라도 사서 타고 다니는 이유가 있다.
이후로 집을 구할 때는 무조건 걸어서 출퇴근 가능한 거리로, 집을 먼저 구한 경우라면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곳으로 일을 구했다.

2. 방 크기와 옵션

보통 플랫을 주는 집들은 남는 방이 2개 정도는 있어서 내가 선택을 할 수 있는 경우가 있는데 같은 집 안에서도 방이 아주 조금이라도 더 넓거나 침대 크기가 더블이거나 하면 10불에서 20불씩은 비싸진다.

내가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마지막까지 가장 오래 살았던 집은 넓은 2층에 공용 공간과 주인 부부 방이 있고 1층의 방과 욕실은 나 혼자 쓰는 집이었는데 어느 정도의 독립성도 보장되고 내가 필요할 때만 올라가면 되어서 생활하기에 가장 편했다.
내가 쓰는 방 옆에는 게스트룸 용도의 비어있는 방이 하나 더 있었는데 가끔 손님들이 놀러오면 자고 가거나 한국에서 가족들이 여행 왔을 때에 집주인이 이 방을 내어주어 가족들을 재워주기도 했다.

3. 단독 화장실

방은 혼자 쓰더라도 화장실은 쉐어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화장실까지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는 집이 최우선 순위였다. 2명에서만 쉐어하는 경우는 그나마 괜찮은데 4명 이상 사는 집에 화장실이 하나면 매일매일이 전쟁이다.

내가 살았던 플랫 중 한 곳은 단독 사용 화장실에 욕조까지 있어서 비싼 돈을 주고서도 냉큼 들어간 적이 있었다.
하루는 데이오프를 즐기기 위해 내 로망이었던 창문 열고 바깥 풍경 보며 거품 목욕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날 내가 집 전체의 온수를 다 끌어다 쓴 모양인지 집주인으로부터 온수가 나오지 않아 찬물로 샤워를 했다며 컴플레인을 받았다.
나중에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뉴질랜드는 난방비가 워낙에 비싸서 다른 플랫살이하는 친구들도 눈치보여 목욕은 상상해본 적도 없다고 했다.
워홀러에게 뉴질랜드의 집들은 욕조가 있어도 사실상 장식용일 수도 있다는 것! (물론 개의치 말라고 말해주는 집주인도 있다.)

4. 주방 사용

남의 집 살이에서 가장 힘든 부분이다. 한국에서 신라면은 굳이 내 돈 주고 사먹지도 않던 라면인데 여기에선 수출용이라 그런지 그냥 타지에서 먹는거라 그런지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어느 날은 라면을 끓여 먹고 샤워를 한 다음에 한참 뒤 다시 거실로 나왔는데 라면 냄새가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심한 거다. 남의 집이라고 생각하니 진짜 키위들은 싫어할 냄새 같았다.
이후로 나는 되도록 집에 혼자 있을 때만 라면을 끓여 먹고 하우스메이트들이 오기 전에 열심히 환기를 시켜 놓고 했다. 한인 플랫에 산다면 이런 한국 음식들을 눈치 보지 않고 먹을 수 있는 것은 좋다.
키위 플랫에서는 쉐어하는 냉장고에 김치를 소량 넣어 놓는 것도 눈치가 보인다.

키위들이랑 살 때는 (특히 가족 단위의 집인 경우) 식사 시간이 겹치면 괜히 그들의 시간을 방해하는 것 같고 예의상으로라도 계속 본인들의 음식을 쉐어해주는 것 같아서 일부러 시간이 겹치지 않게 먹곤 했다.
플랫비에 식사 제공이 포함된 홈스테이도 아니고 가끔씩 한두번이 아닌 매번 받아먹는 건 감사하긴 하지만 참 애매한 일이다.
주말이나 시간적 여유가 많은 날에는 같이 요리를 해서 먹었고 집에 종종 손님들이 오거나 하면 같이 먹고 마시기도 했다. 서로 잇템이 있으면 나눠주기도 하고 (특히 한국 믹스커피와 김이 인기가 좋다.) 가끔은 다른 집 홈파티에 같이 가기도 했다.

5. 하우스 메이트

키위 플랫은 집주인이 커플이거나 부부, 아니면 10대 자녀가 있는 가족 단위가 많았고 혼자 사는 사람도 종종 있었다. 한인 플랫은 대부분이 부부이거나 아이까지 있는 가족 단위.
카페에서 같이 일하던 친구들 집에도 종종 놀러가곤 했는데 거기는 내 또래의 애들 여러명이 집 전체를 렌트해서 살고 있었고 남는 방이 있으면 들어가서 같이 살고 싶을 정도로 재밌어 보였다.
영화에 나올법한 뷰 좋은 대저택에 커플이 쉐어하는 방 포함 최대 8명까지 사는 집도 봤는데 하루하루가 파티처럼 재미있을 것 같았다.

매우 외진 곳에 있는 남자들만 사는 집도 있었는데 대마 냄새도 나고 여기서는 내가 무슨 일을 당하고 조용히 묻히더라도 아무도 모를 것 같아서 뷰잉 갔다가 재빨리 도망쳐 나온 적도 있다. 간혹 가다 남자 혼자 사는 집인데 여성 입주자만 구한다는 포스팅도 본 적 있다.
뭐 이 나라는 백패커스의 도미토리 룸도 대부분 혼성이고 커플이 아닌데도 룸을 쉐어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남녀 여럿이 하우스를 쉐어하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은 아니다. 오히려 서로 조심하게 되기에 더 편할 수도 있다고 본다.

한국에서도 기숙사 생활을 포함하여 남과 같이 살아본 경험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타지에서의 남의 집 살이란 생각보다 정말 쉽지 않다.
아무리 잘 맞는 하우스 메이트를 만나더라도 서로가 어느 정도의 불편함은 감수해야 하는 것이 당연.
하지만 너무 아니다 싶은데 그래도 이만한 집 없다는 생각에 꾸역꾸역 버티고 있을 필요도 없다.

여기저기 살아보고 발품 팔러 다니고 하다 보면 가격이든 조건이든 본인만의 기준선이 생겨서 그에 맞는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고 나에게 맞는 좋은 집은 여기 말고도 충분히 많다는 것을 잊지 말자!

– 타우랑가에서 카페 알바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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